"A 회사는 프로세스만 잔뜩 이야기하고, 문제 해결에 대한 핵심이 없군."
"이 대리! 이 계획안에 왜 실행 방안이 없는 거야. 데이터만 늘어놓고."
"이번우리 회사 홍보물은 어떤 방향으로 해야 고객들이 좋아할까요?"
발표는 그 목적에 따라 결론은 다르게 제시된다. 발표가 구체적 문제 극복을 위함이라면 해결책 제안이, 특정 사항에 대한 의견 발표라면 자신의 생각이, 연구 발표라면 그동안의 연구 결과와 시사점이, 기획안 발표라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담은 제안이 결론으로 제시될 것이다. 하지만 어느 발표든 어떤 상황이든지 청중이 기대하는 것은 문제 해결의 결론이다. 초등학교 회장선거에도, 학회 발표도, 부처들의 대통령 보고도 모두 약간의 예외를 제외하면 청중들은 어떤 문제 해결에 도움되는 것을 듣고 싶어 한다. 비즈니스 발표는 더 말할 것도 없이 모든 발표에서 '구체적인 대책안'이 요구된다, 단순히 의견이나 시사점 등을 듣기 위해 청중이 어렵게 모이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임원진이 청중인 경우는 더욱 그렇다 외부 기관에게 프로젝트 제안을 의뢰하는 것도 최종적인 결론에서는 '구체적인 실행 제안'이 하이라이트가 된다.
따라서 발표자는 서론과 본론에서 '왜 지금 상황에 문제가 되는 걸까, 왜 이걸 주제로 삼아야 하는가.'와 '그래서 문제를
분석해보면 이런 결과가 나온다.'라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 결국, 서론과 본론은 '상황과 문제에 대한' 내용을 담으면 되지만, 이와 달리 결론에서는 명백하게 '문제 해결'을 담은 내용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SNS 환경에서의 마케팅 고도화 전략 방안'의 발표라고 한다면 서론에서는 ' 왜 지금 당사의 마케팅 전략 방안이 새롭게 바뀌어야 하나'에 대해 상황적 배경 등을 이야기 한다. 급감하는 매출 실적이나 증가하는 마케팅 비용, SNS 이용자 수와 다양한 채널활용 사례 등이 근거로 제시될 것이다. 그래서 서론의 'SNS가 홍보에 많이 활용되는 사회라면 우리도 이전과는 다른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겠군'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게 된다. 본론은 구체적으로 당사의 마케팅전략이 노출하고 있는 문제점과 이슈들을 찾아낸다. 소비자들의 미흡한 반응과 효율적이지 못한 마케팅 비용 측정, 조직적 문제 등을 지적한다. 이는 후에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 합당한 비용 산출, 조직의 개선 방안과 이어진다. 또 본론에서 동종업계의 SNS 마케팅 전략을 벤치마킹하여 성공과 실패 요인을 추출한다. 이는 결론에서 당사의 향후 전략방안의 핵심 요소로 삼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서론과 본론, 결론은 다루는 소재와 목적이 다르다. 그래서 청중은 결론 부분에서 발표자가 구체적이고, 새롭고, 효과적인 문제해결안을 제시해주길 원한다. 왜냐하면, 본론까지 들었다면 대략 머릿속에서 자신들도 고민했던 문제 해결안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발표자가 제시하는 문제해결안의 품질이 성공 여부를 결정한다. 청중이 생각하는 문제해결안에 비해 떨어지는, 즉 문제 해결이 전혀 새롭지 않은 것이라면 청중은 아무리 초반과 중반의 점수가 높았어도 이 발표는 실패한 것으로 평가한다. 청중이 생각했던 유사한 문제해결안을 제시 했다면 청중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발표를 했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특별히 시간을 내어 발표를 들을 필요 없었다고 단정하고 부정적인 점수를 매긴다.
청중은 자신이 생각하지 못했거나 정말 효과적인 해결책이라고 판단될 때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이 해결책을 받아들인다. 아무리 문제에 대한 인식과 분석이 훌륭했다고 해도 결국 청중이 평가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어떤 해결책이냐'라는 점이다. 그러므로 효과적인 발표는 'why'와 'what'이 명확하게 제시되어야 한다. 다소 문제 인식과 분석이 아쉽다 해도 결론이 좋다면 평가도 좋아진다.
하지만 모든 청중에게 발표의 성과로 문제 해결만을 주장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청중은 문제 해결과 동시에 발표를 듣는 동안 위로와 위안을 받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마케팅 전략의 문제가 있었다는 이야기에서 그 문제는 어쩔 수 없는 상황 변화로 인한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들으면 자신의 능력 문제가 아니었다는 안심을 한다. 벤치마킹 기업의 마케팅 실패 사례 분석에서는 '아, 저렇게 좋은 기업도 실수를 하는구나.'하고, 과거 사내의 유사한 전략 전환 실패 역사를 들으면서 '선배들도 그랬구나.'하는 위안을 받는다. 잘못한 것은 우리만이 아닌 것이다.
결론에서 제시된 문제 해결이 반드시 조직을 뜯어고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하면 가능하다'는 용기를 주는 것이라면 청중은 긍정의 힘을 느끼고 돌아갈 수 있다. 이제부터 열심히 하면 우리 회사도 전략 전환에 성공한 기업처럼 될 수 있다는 미래를 보여주는 것은 발표가 가지는 위로와 긍정의 힘을 주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 셈이 된다.
간혹 문제 자체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본론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고 마치 '제가 이런 걸 찾아냈어요. 대단하죠.'라는 태도를 보이는 발표자는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만일 임직원이라면 문제는 자사의 문제이면서 본인도 포함된 것일 수 있으므로, 문제를 제기할 때는 진지하고 겸허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이처럼 발표를 들으면서 문제 해결과 동시에, 위안과 긍정의 힘을 원하는 것이 청중이라는 점을 발표자가 인식한다면 발표의 수준은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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