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겼다고 자만하는 순간, 모든 게 끝이다. 긴장해"
"승부수는 지금부터야. 긴장을 풀지 말고 따라잡아 보자구."
발표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초반의 긴장감은 발표자나 청중 모두 조금씩 완화된다. 하지만 긴장감의 완화는 발표자에게는 독으로 또는 약으로 작용하는 두 얼굴을 지닌 야누스이다.
지나친 긴장감은 좋지 않지만 적절한 긴장감은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이 스트레스는 성취동기를 향상시키고 집중력을 높인다. 스포츠에서 감독이 선수들에게 '긴장하라!'를 외치는 것은 같은 이유에서다.
발표에서 긴장은 대부분 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과하지 않은 적절한 긴장감은 도움이 된다. 우선 긴장감 자체가 기억력을 증진시키므로 발표내용을 숙지하는데 효과적이다. 두 번재로는 연습 때의 긴장감을 발표장에서 다시 느끼게 되면 동일한 상황에서 기억을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발표자의 적절한 긴장감은 처중이 느끼는 발표의 중요성과 신뢰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그러므로 발표자에게는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자연스러운 태도를 취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주어진다. 하지만 긴장감은 어디까지나 일종의 불쾌함을 유발하는 스트레스이므로, 발표자는 무의식적으로 이를 벗어나려고 든다. 이 때문에 시간이 어느 정도 경과하면서 청중의 반응이 나쁘지 않다고 판단되면 발표자에게서 긴장감은 사라진다.
그래서 발표 중간 지점을 전후해서 발표자가 초반과는 달리 말을 더듬거나 과도한 몸짓을 하거나, 발표 내용과 크게 상관 없는 이야기를 즉흥적으로 삽입하는 경우가 생긴다.
발표자보다는 덜 하겠지만, 청중도 초기 긴장감이 사라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특히 발표가 면접이나 인사고과, 또는 조직의 업무성과에 관련된 것이어서 발표평가가 중요한 발표일 때에는 청중의 긴장감은 발표자 못지않지만, 이때에도 역시 긴장감은 점차 사라진다.
평가자들은 자신의 표정과 몸짓으로 긴장감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린다. 이런 모습은 이미 발표와 발표자에 대한 평가를 마음속으로 내렸다는 의미인데 자신이 해야 할 과제인 '평가', '채점'을 마쳤기 때문에 홀가분한 마음에 긴장감도 사라진 것이다.
만일 핵심메세지를 결론 부분에서 말하는 미괄식 발표인데 청중이 7분 정도의 시점에서 부정적 평가를 한 것으로 판단될 때, 발표자는 청중에게 긴장감을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 '이 부분이 상당히 중요한 연결고리입니다.'라거나, '많은 유사사업이 이 부분을 간과해서 실패하고 있습니다.' 라는 식으로 긴장감을 유발하는 발표 내용이 필요하다. 때로는 강한 어조를 쓰거나 평가자를 응시하면서 긴장감 있는 얼굴로 이야기하는 식의 발표 태도를 보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청중을 알맞게 긴장시키려면 우선 바표자가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 발표자는 긴장이 흐트러지기 쉬운 시간일수록 '자신은 이 발표가 중요하므로 긴장을 풀 수가 없다.'는 태도를 버려서는 안 된다. 특히 비즈니스 상황에서의 발표라면 아무리 중간 평가가 좋으리라 판단해도 이런 태도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쩌면 평가자 눈에 긴장하지 않는 발표자란 '상대방을 우습게 여기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물론 친근하고 편한 공감형 발표일 때는 청중이 긴장감을 느끼는 것을 조심해야 하지만 청중에게 긴장감은 공간을 환기시키는 매개체라고 인식해야 한다. 문화센터의 교양강좌에서 어학이나 건강 관련 강좌가 인기가 있는 것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배우는 긴장'을 느끼고 싶은 욕구가 작용한다. 집에서 보는 TV와는 달리 발표나 강의 공간은 약간의 긴장감이 존재해야 전달이 효과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발표를 전반과 후반으로 나눌 때, 전반의 부정적 평가는 후반에서 만회할 기회가 있지만, 전반에 평가가 좋았다. 해도 후반 부정적 평가는 결정적인 평가로 확정되고,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이런 점이 7분 전후의 시점에서 청중이 긍정적 평가를 했더라도 긴장감을 유지해야 까닭이다.
그러므로 오프닝을 포함한 초반의 긴장은 자연스럽고 통제하기 어려운 긴장이라고 한다면, 후반부에 접어드는 시점의 긴장은 발표자가 의식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태도이다.
- 스트레스가 주는 포지티브 효과
실험용 쥐를 좁은 공간에서 30분간 움직이지 못하게 스트레스를 가한 뒤 쥐의 뇌를 조사한 결과, 학습과 기억 능력은 신경세포 간의 연접 부위인 시냅스의 신호 전달 효율이 높아지고 이런 형상이 장기간 유지되었다. 하지만 단기적 급성스트레스가 지속되어 만성 스트레스로 진행될 경우, 오히려 신경세포에 해를 끼쳐 기억저하를 일으킬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시했다. 지금까지 긴장감이 기억력에 도움될 것이라는 의료계의 통설이 있었으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한 세계 최초 연구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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